“토론은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때로는 인정하며 자기의 생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배웁니다.”
울산 대송고등학교에서 일반사회를 가르치는 남효열 교사에게 토론은 말로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논리를 세워 상대방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남 교사가 학생들과 토론을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남목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그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각종 대회 앞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우리는 할 수 없어.”
도전하기도 전에 스스로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미리 한계를 긋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토론 지도가 10년 넘게 이어졌다.
남 교사는 토론을 ‘전인교육’의 한 과정으로 본다.
하나의 논제를 놓고 토론하려면 먼저 자료를 찾아야 한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골라 분석하고 자신의 논리에 맞게 다시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읽기와 분석, 논리적 사고 능력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배우는 것은 지식과 논리만이 아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듣고 그 생각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태도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자세 역시 토론을 통해 익혀야 할 중요한 능력이라는 게 남 교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상대방을 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상대의 주장을 무조건 반박하는 것보다 먼저 상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위에서 자신의 근거와 논리를 제시해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건강한 토론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전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남 교사는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토론대회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학생들과 출전 계획을 세운다.
대회의 논제와 성격이 정해지면 학생들의 강점과 관심 분야를 고려해 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기회는 토론 동아리 학생들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대회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학생이라면 동아리 소속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다.
학생의 특성과 수준에 따라 토론 준비 과정도 다르게 지도한다.
10년 동안 이어진 도전은 여러 성과로 나타났다.
남목고 재직 당시 지도 학생들은 법무부가 주최한 ‘전국 고등학생 헌법 토론대회’에서 2015년 대상, 2016년 은상을 차지했다.
삼산고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성과는 이어졌다.
2017년 ‘헌법 토론대회’ 대상에 이어 2018년 ‘생활법 동아리 경연대회’ 은상을 받았다.
‘생명(바이오) 안전성 토론대회’에서는 2018년 대상과 2020년 장려상을 거뒀다.
그러나 남 교사가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수상 경력이 아니다.
대회를 준비하며 수없이 자료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본 경험, 다른 사람의 주장을 경청하고 자신의 논리를 다시 세워본 경험이 더 중요하다.
학교 밖에서 전혀 다른 학생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험도 대학과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자산이 된다.
10년 전 “우리는 할 수 없어”라며 주저하던 학생들에게 남 교사는 토론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도 학생들에게 같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갖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줄 아는 힘.
남 교사가 말하는 토론 교육의 목표는 결국 학생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과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소통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최근 대송고등학교 부임 후에도 학생들을 지도해 ‘전국 청소년 해양영토 토론대회’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올해 첫 출전한 ‘겨레 얼 살리기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에서도 우승 성과를 이뤘다.
토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남 교사는 일상 속 사회적 가치가 담긴 ‘헌법’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보고, 전문가나 학자들의 의견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님을 깨달으며 주체적인 사고력을 키우도록 돕기 위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