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실거주한다더니 2년 안 채우고 새 임대차… 대법, '집주인 손해배상' 확정 기준 첫 제시

- '정당한 사유' 면책 요건 첫 제시… '예견 불가성·재임대 불가피성 모두 집주인이 입증해야'

- 단순 자금난이나 타 부동산 채무는 면책 불가… 역전세 파장 속 전 세입자 3,000만 원 승소 확정

- 실거주 갱신 거절 후 재임대 행위에 경종… 엄격한 입증 책임 부과로 세입자 권리 보호 강화

'집주인 실거주' 통보 후 1년 5개월 만에 보증금 올려 새 세입자 계약

대법원 판결은?

 

AI부동산경제신문 | 부동산

 

 

[서울=이진형 기자]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2년의 법정 갱신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면, 단순한 자금난이나 제3의 채무 상환 등의 이유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집주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입증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의 구체적 기준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사건은 지난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B씨의 아파트를 보증금 6억 6,000만 원에 2년간 임차했다. 계약 종료를 앞둔 2022년 5월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B씨가 직접 입주해 살겠다고 통보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으로 이사했다.

 

이후 B씨는 해당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고 실제로 거주했으나, 거주한 지 약 1년 5개월 만인 2024년 2월 제3자인 새 세입자와 보증금 8억 2,000만 원에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알게 된 전 세입자 A씨는 갱신 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거주할 수 있었던 2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했다며 법정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전세사기 여파 감안" vs 2심·대법 "예상 가능한 채무, 불가피성 미입증"

 

재판의 핵심 쟁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임대인 B씨는 당시 역전세 및 전세사기 여파로 자신이 소유한 다가구주택 6개 호실의 세입자들로부터 한꺼번에 6억 9,000만 원 규모의 보증금 반환 요구를 받아 자금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대출이 불가능하고 집을 매도할 경우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아파트에 새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을 충당했다는 논리였다.

 

1심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갱신 거절 당시에는 전세 시장 불안으로 인한 다가구주택 보증금 동시 반환 사태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판결을 뒤집고 B씨가 A씨에게 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가구주택 보증금 반환 채무는 갱신 거절 당시 이미 존재했던 채무로 계약 만료 시점에 반환 의무가 생긴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 수단 중 하나로 재임대를 선택했을 뿐 제3자 임대가 객관적으로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명시한 '정당한 사유' 성립 기준과 법적 시사점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실거주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요건을 정립했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임대인이 갱신 거절 당시에는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발생했어야 하고, 그 사정으로 인해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불가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요건을 입증할 책임은 전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개인적인 경제적 사정이나 타 부동산 관련 자금 압박 등을 이유로 2년 이내에 재임대하는 행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 갱신 거절 후 2년 내에 집을 다시 임대할 경우 정당한 사유를 매우 엄격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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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12 10:13 수정 2026.10.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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