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역사와 인문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또래와 소통하며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임진택)과 게임문화재단(이사장 유병한)이 주관한 ‘2026 디지털 과몰입 해소를 위한 청소년 인문치유 캠프’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북구 더숲 아카데미하우스에서 2박 3일간 진행됐다.
올해 청소년 대상 인문치유 캠프의 마지막 일정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디지털 과몰입 문제를 겪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22명이 참가했다. 남학생 12명과 여학생 10명으로 서울 15명을 비롯해 경기·인천 등 수도권 각지에서 모였다.
참가자들은 평소 익숙했던 스마트폰과 게임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멈추고 역사와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생활 습관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쌓았다.
이번 캠프의 핵심은 디지털 사용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즐거움과 관계를 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었다.
캠프가 열린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는 숙박시설과 강의 공간, 서가를 갖춘 북스테이형 인문 공간이다. 청소년들은 책과 사색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또래와 대화하며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역사적·철학적 질문을 탐구했다.
총 8회기로 구성된 인문치유 프로그램은 ‘나의 일상도 역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참가자들은 역사란 거대한 사건이나 유명 인물의 기록만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선택이 쌓여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을 살펴봤다.
이어 ‘인간은 왜 신을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만들고 기록했을까?’ 등의 수업을 통해 신화와 기록이 탄생한 배경을 알아보고 자신만의 이야기와 신화를 직접 구성했다.
둘째 날에는 실크로드와 대항해시대를 주제로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활동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같은 사건이라도 시대적 배경과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며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익혔다.
또한 역사 속 인물들의 판단과 행동을 살펴보며 정의와 공감, 용기와 책임이 자신의 일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토론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지금의 나는 미래에 어떤 역사로 남게 될까?’를 주제로 앞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삶을 정리했다. 참가자들은 현재의 선택과 행동이 자신의 미래를 형성한다는 점을 생각하며 디지털 기기 밖에서도 스스로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 갈 방법을 모색했다.
인문학 강의와 함께 다양한 신체활동과 협동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첫날 참가자들은 아날로그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 채집’ 활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이어 ‘카프라 협동 블록 쌓기’에서는 조원들과 목표를 정하고 구조물을 완성하며 협력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둘째 날 열린 ‘미니 운동회’에서는 함께 뛰고 응원하며 또래와 친밀감을 높였다. 공동창작 프로그램인 ‘재능시장’에서는 각자의 관심사와 재능을 소개하고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명상 프로그램 ‘반짝반짝 버튼 누르기’에서는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익혔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는 ‘하루하루 굿모닝·굿나잇 챌린지’를 통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습관을 실천했다. 숙소 주변 숲길을 걷는 자연체험 활동도 진행해 디지털 기기 없이 주변 환경을 느끼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러한 활동은 청소년들이 게임이나 스마트폰 이외에도 다양한 즐거움과 성취감을 경험하고 또래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관계를 넓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캠프에서는 청소년의 변화가 가정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보호자 대상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다.
입소일에는 연세대학교 이헌주 교수가 ‘디지털 과몰입과 세 가지 상담적 개입’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어 보호자 집단상담에서는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둘러싼 갈등과 고민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대화 방법을 모색했다.
마지막 날 청소년들은 ‘올바른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 형성을 위한 청소년 교육’을 통해 캠프 이후 실천할 생활 수칙을 점검했다.
보호자들도 ‘게임 및 미디어 사용 지도’ 특강에 참여해 자녀와 함께 건강한 디지털 사용 원칙을 정하고 이를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배웠다.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처음에는 조 친구들과 게임 이야기만 나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주제로도 대화를 나누게 됐다”며 “캠프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보호자는 “자녀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대화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캠프 참가 청소년 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사후 자가진단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게임 과몰입 문제군은 캠프 참가 전 20명에서 종료 후 0명으로 감소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역시 사전 조사에서 22명이었으나 사후 조사에서는 0명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96.3%, 보호자의 94.7%가 만족 이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2박 3일간의 단기 프로그램 종료 직후 실시한 자기보고식 자가진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위험군 감소가 장기적인 행동 변화나 과몰입 문제의 지속적인 해소로 이어졌는지는 추가적인 관찰과 검증이 필요하다.
게임문화재단은 앞으로 회차별 운영 자료와 진단 결과를 축적해 인문치유 프로그램의 효과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은 “역사 속 질문을 따라 스스로를 돌아본 2박 3일이 청소년들이 디지털 밖에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올해 캠프에서 얻은 성과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더 많은 청소년이 일상 속 디지털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게임문화재단은 지난 8월 경기 파주에서 청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참여하는 인문치유 가족캠프를 운영하는 등 디지털 과몰입 문제를 겪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치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