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시리즈 8 SCL을 아십니까? AI 안경 420만대 시대... 마지막 승부는 "신뢰"다.

AI 안경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Omd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은 42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Meta가 340만대를 출하해 81.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AI 안경이 일부 얼리어답터의 기기를 넘어 본격적인 대중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AI생성이미지

AI 안경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Omd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은 42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Meta가 340만대를 출하해 81.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AI 안경이 일부 얼리어답터의 기기를 넘어 본격적인 대중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 전체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Omdia는 2025년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을 870만대로 집계했고, 전년보다 322%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2026년에는 출하량이 1,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의 눈과 귀 가장 가까운 곳을 차지하려는 AI 경쟁이 스마트폰 밖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불편한 질문도 커지고 있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사람과 장소, 주변에서 오가는 대화가 언제 촬영되고 녹음되는지 상대방은 알 수 있는가. AI 안경이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올수록 성능 못지않게 ‘믿고 사용할 수 있는가’가 시장의 중요한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잘 보는 안경이 ‘불편한 안경’이 될 수도 있다

 

AI 안경의 장점은 분명하다. 눈앞의 사물을 알아보고 길을 안내하며, 말을 듣고 번역하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줄 수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AI가 사용자의 시야와 청각을 따라 움직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 다른 사람에게는 감시의 도구로 느껴질 수 있다.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행위와 촬영·녹음하는 행위를 겉으로 쉽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는 편리한 기술이 주변 사람에게는 불안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병원과 학교, 기업과 공공기관은 AI 안경의 사용 자체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잘 만든 기술이 오히려 시장에서 거부당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기술의 속도만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용조건을 만드는 일도 중요해지는 이유다.

 

유럽도 묻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은 알고 있는가”

 

유럽개인정보보호이사회(EDPB)는 10월 13일 스마트 안경에 관한 입장문을 채택했다. 일반 안경처럼 보이지만 카메라와 마이크를 탑재한 기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상태에서 촬영·녹음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위험으로 짚었다. 병원과 학교, 직장 같은 민감한 환경에서는 그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EDPB는 촬영 사실을 알리는 LED와 음성 신호, 스마트폰 알림, 구별 가능한 디자인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속 녹화와 라이브 스트리밍, 데이터 보관기간을 제한하고 주변인의 얼굴이나 신원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법도 보호조치로 권장했다. 제품을 만든 뒤 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주변인의 권리를 고려하라는 주문에 가깝다.

 

실시간 지원 기능이 중심인 안경은 기능 수행에 필요하거나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켠 경우를 제외하면 영상과 음성의 지속 저장을 기본적으로 비활성화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민감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경우 위치 기반 제한 같은 기술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새로운 법적 의무를 확정했다기보다 스마트 안경이 앞으로 갖춰야 할 보호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규제가 시장을 막는가, 불신이 시장을 막는가

 

여기서 AI 안경 산업의 역설이 나타난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 기능이 줄고 시장이 작아질 것처럼 보이지만, 통제장치가 부족하면 오히려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 늘어날 수 있다. 성능 부족보다 기술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더 강한 시장의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위험한 행동을 조건에 따라 제한하고 민감한 데이터의 처리 과정에 추가 확인 절차를 둘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안경을 벗어야 하는 공간’을 늘리는 대신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여지가 생긴다. 통제가 시장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신뢰를 확보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Omdia의 Jason Low 연구이사도 프라이버시와 이용자의 다양한 선호가 AI 안경 시장을 나누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메라가 탑재된 AI 안경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개인정보 설정을 강화하고 관련 안내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능 경쟁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AI가 판단했다고 바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SCL(Structured Cognitive Loop·구조인지루프)이 하나의 대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SCL 원 논문은 정보검색과 판단, 통제, 행동, 기억을 5단계 구조로 나눠 AI의 판단과 실제 행동 사이에 통제 지점을 두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복잡한 기술 용어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판단했다고 곧바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FORHU는 여기에 HITL(Human-in-the-Loop)을 포함해 설명한다. 고위험 행동이 제안되면 실행 전에 사람이 판단 조건 안으로 구조적으로 들어가며, 승인과 거절 처리까지 실행 흐름에 포함된다. FORHU는 AI의 출력을 '결정'이 아닌 '제안'으로 규정하고, 제안은 통제 단계를 통과해야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AI 안경에 적용해 본다면 방향은 단순하다. AI가 무엇인가를 보고 판단했다고 곧바로 촬영하거나 저장하고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제한할지는 실제 제품과 서비스의 정책, 기술 설계에 따라 별도로 정해야 한다. 

 

‘멈출 줄 아는 AI’도 경쟁력이 된다

 

FORHU는 SCL의 지향점을 “Controlled AI. Governed AI. Auditable AI.”로 밝힌다. 가장 똑똑한 AI보다 통제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행동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AI를 내세우는 것이다. FORHU는 이 생각을 성능과 정당화의 관계로 설명하며, 성능 경쟁과 별개로 정당화는 충족해야 할 조건이라고 본다.

 

앞으로 AI 제품의 가치는 무엇을 얼마나 잘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하지 않도록 설계했는지, 어떤 조건에서 멈추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과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지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똑똑함’ 다음의 경쟁이 ‘신뢰성’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이 문제는 AI 안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료 웨어러블과 로봇, 자율기기, 산업용 장비처럼 AI가 현실세계에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늘어날수록 같은 질문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AI가 사람 곁으로 가까이 올수록 ‘브레이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메타콤(주), 다음 시장은 ‘신뢰 가능한 AI’인가

 

이 같은 변화는 메타콤(주)에도 새로운 사업적 화두를 던진다. AI 안경을 포함한 웨어러블·피지컬 AI 시장이 커질수록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영역과 함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AI’를 구현하는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메타콤(주)이 현재 AI 안경 사업이나 특정 제품에 SCL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제와 인간 개입, 기록과 추적성을 갖춘 AI에 대한 산업적 요구가 커질 경우 향후 서비스 적용과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라는 의미다.

SCL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완성된 해답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특정 AI 안경에 실제 탑재됐거나 법적 규제 준수를 보증하는 기술도 아니다. 그러나 AI의 판단과 행동 사이에 ‘멈출 수 있는 구조’를 둔다는 발상은 현실 세계로 들어오는 AI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AI 안경은 이미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경쟁은 얼마나 많은 기능을 넣느냐만이 아니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언제 멈출 것인가, 그리고 필요한 순간 사람에게 다시 판단권을 돌려줄 수 있는가다. ‘더 많이 보는 AI’에서 ‘멈출 줄 아는 AI’로.

그리고 그 다음은 ‘믿고 맡길 수 있는 AI’로. AI 안경의 진짜 시장은 어쩌면 그때부터 열릴지 모른다.

 

작성 2026.10.26 18:14 수정 2026.10.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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