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음악영상물의 등급을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직접 분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했던 등급분류 절차에 선택권을 부여해 콘텐츠 유통의 신속성을 높이고 음악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이하 문체부)는 음악영상물 자체등급분류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뮤직비디오 등 음악영상물을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사업자는 해당 콘텐츠를 공급하기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반면 게임과 비디오물 등 유사 콘텐츠 분야에서는 이미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음악영상물에도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음악산업은 신곡 발표와 동시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콘텐츠 유통의 시의성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기존 등급분류 절차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가 음악영상물의 등급을 직접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등록 요건을 갖추고 영등위에 등록한 사업자는 자체적으로 음악영상물의 등급을 결정할 수 있다.
사업자는 분류 결과를 영등위에 통보한 뒤 해당 음악영상물을 공개할 수 있어 기존 사전 심사 방식보다 신속한 콘텐츠 유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모든 음악영상물 제작·배급사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는 기업 규모와 연간 제작 건수에 따라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등록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기존 영등위 등급분류와 자체등급분류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2024년 발표된 ‘음악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기업 규모별 연평균 뮤직비디오 제작 건수는 대기업 26.8건, 중기업 8.3건, 소기업 4.9건으로 조사됐다.
제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제작사의 경우 자체등급분류 체계를 별도로 갖추는 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여건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등급의 세부 구분과 분류 기준은 음악영상물의 제작 목적과 유통 특성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자체등급분류에 따른 사업자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청소년 보호와 등급분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 장치도 마련된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음악영상물을 배포하거나 게시하기 전에 분류 결과를 영등위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등급분류책임자를 지정하고 등급분류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해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한다.
영등위는 사업자가 분류한 등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등급 조정을 명령할 수 있다.
사업자가 등급 조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등급분류를 취소할 수 있으며 사전 통보나 교육 이수 등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다.
온라인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반행위에 대한 대응 근거도 마련했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거나 등급을 임의로 변경한 음악영상물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경우 문체부 장관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해당 게시판의 관리·운영자에 대한 시정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유통의 자율성을 확대하되 부적절한 등급분류나 청소년 유해 콘텐츠의 노출에 대해서는 사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 조치다.
개정 음악산업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문체부는 시행 전까지 영등위와 음악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등록 요건과 등급분류 기준 등 세부 사항을 담은 하위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공언어 사용을 개선하기 위해 외래어인 ‘인프라’를 우리말인 ‘기반 시설’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음악영상물 자체등급분류 제도는 콘텐츠 제작·유통 현장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면서 사업자의 책임성과 청소년 보호를 함께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사업자 등록 요건과 등급분류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마련되는지, 실제 유통 절차의 효율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할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