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김이솔기자] 스포츠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경기 중계와 판정, 선수 및 팀의 경기 분석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방대한 경기 영상을 정리하고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 기술이 활용되면서 스포츠 현장에서 사람이 담당하던 일부 업무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의 활용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계 제작진은 경기 장면을 찾고 콘텐츠를 편집하는 과정을 지원받을 수 있고, 심판은 판정에 필요한 정보를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지도자와 분석 담당자도 경기 데이터를 활용해 전술과 경기력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AI가 스포츠 현장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거나 사람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도입 사례를 살펴보면 기술이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 동안 사람은 결과를 검토하고 경기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가 바꾸는 스포츠 중계와 콘텐츠 제작
AI가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스포츠 중계와 방송 콘텐츠 제작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개한 올림픽방송서비스(OBS)의 다카르 2026 유스올림픽 방송 제작 계획에 따르면, OBS는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방송 업무 지원을 추진한다.
OBS는 전체 25개 경기 종목 가운데 16개 종목에 자동 하이라이트 생성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가 경기 영상을 분석해 주요 장면을 추려내면 이를 방송과 디지털 콘텐츠, 소셜미디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경기 종료 후 주요 장면을 일일이 찾아 편집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줄이고, 시청자에게 경기의 핵심 순간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음향 제작에도 AI가 활용될 예정이다. OBS는 해설과 경기장 현장음의 균형을 조정하는 AI 보조 음향 믹싱 기술을 방송 제작 과정에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방송 전문가의 감독 아래 이뤄진다.
콘텐츠 검색과 관리에도 AI가 사용된다. OBS는 알리바바와 협력해 자동 미디어 설명 기술의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영상 콘텐츠를 분석해 설명과 키워드, 녹취록, 요약 등을 생성함으로써 제작진이 필요한 자료를 더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관리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술은 방송 제작진의 반복적인 영상 검색과 콘텐츠 정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자동으로 선별한 장면이 항상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경기의 흐름과 선수의 맥락, 장면이 지닌 의미를 판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결정하는 과정에는 방송 제작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AI가 지원하는 경기 판정과 데이터 분석
경기 판정 분야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선수와 공의 위치를 추적해 오프사이드 판정에 필요한 정보를 영상판독심판(VAR)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FIFA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경기장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 16대를 활용해 선수와 공의 위치를 추적한다. 선수 한 명당 오프사이드 판정에 필요한 신체 부위 등을 포함한 29개 데이터 지점을 수집하며, 선수의 위치 정보는 초당 약 50회 갱신된다. 공의 위치 정보와 선수의 움직임을 결합해 오프사이드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모든 판정 과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VAR은 기술이 제시한 공의 접촉 시점과 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정할 수 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선수가 상대 선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규칙 해석이 필요한 상황은 심판이 판단한다.
즉, 기술은 판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심판은 이를 경기 규칙과 실제 상황에 맞게 검토한다. FIFA가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을 심판을 지원하는 도구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분석 분야에서도 AI 활용 사례가 등장했다. FIFA가 레노버와 협력해 개발한 'FIFA AI Pro'는 축구 경기의 공식 데이터 등을 활용해 경기 후 분석과 보고서 작성을 지원하는 도구다. 경기 이벤트 데이터와 선수 추적 데이터 등을 전술적 항목으로 정리하고, 관련 경기 상황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전술 분석과 경기력 평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도구는 실시간 경기 상황을 분석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 데이터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FIFA는 해당 기술이 분석 담당자와 지도자의 데이터 해석을 지원하며, 최종적인 전술 판단은 사람이 내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경기 중계와 판정, 분석 과정에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줄이고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다만 기술이 제공하는 데이터가 곧바로 정답이나 최종 판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이유
AI의 도입이 스포츠 종사자의 일자리를 줄이거나 특정 직무를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확인되는 공식 사례는 자동 하이라이트 제작과 영상·데이터 분석, 심판 판정 지원 등 일부 업무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AI가 반복적이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일부 직무의 업무 범위나 채용 수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경기 영상의 장면 분류와 하이라이트 선별, 경기 기록 정리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존에 사람이 담당하던 업무가 축소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현장도 일자리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스포츠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경기 규칙과 종목에 대한 전문성에 더해 데이터와 기술을 이해하고, AI가 제시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지도자와 분석 담당자에게는 데이터에 담긴 수치뿐 아니라 선수의 상태와 경기 흐름을 함께 해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스포츠 현장에서 AI의 역할은 사람을 대신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기술이 반복적인 작업을 지원하고 일부 업무의 변화를 가져오더라도 경기의 맥락을 이해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에게 중요하다.




